잭은 자신에게 다가온 이 행운이 믿기지 않았다. 온 우주의 기운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만 같았다. 플랜트 영업사원으로 영업실적이 늘 하위권에 머물렀던 그가 3년 만에 대규모 수주를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이 규모는 회사 연간 매출의 10%를 상회하는 대규모 계약이었고 그 계약은 잭을 순식간에 영웅대접을 받는 엘리트 영업사원으로 만들어 주었다. 잭은 이 행운이 그날 입었던 찢어진 셔츠가 행운을 불러일으킨 거라 생각했다. 잭은 계약성사 당일 아침 늦잠으로 몹시 분주했던 나머지 손에 짚히는 대로 허둥지둥 옷을 차려입고 나왔는데, 하필 그날 입은 셔츠는 겨드랑이가 찢어진 셔츠였던 것이다. 다행인 건 잭이 슈트상의를 벗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셔츠가 찢어진 것을 알 수 없었다.
셔츠가 신경 쓰였던 잭이 노심초사했던 상황과는 다르게 이 날 대규모 수주는 성사되었다. 잭은 마치 이 행운이 찢어진 셔츠에서 나온 것처럼 믿어졌다. 그 후로도 잭은 셔츠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클라이언트와의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는 반드시 이 셔츠를 입고 나갔다. 결과는 놀라웠다. 잭이 진행하는 수주계약은 계속적으로 성공적으로 성사되었고 입사 이래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잭은 이 셔츠가 행운의 셔츠임을 확신했다. 이 모든 행운이 모두 셔츠의 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행운도 얼마가지 못했다. 날씨가 더워진 탓이었을까 한껏 자신감에 부풀었던 탓이었을까, 그는 중요한 미팅에서 프레젠테이션 도중 자신의 셔츠가 찢어졌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슈트상의를 벗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클라이언트는 보수적이고 사소한 예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부분에서 신뢰를 상실한 잭은 수주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 후로 영업실적도 점점 뒤처져 갔다. 동료들이 하나둘씩 잭보다 더 많은 실적을 내고 있었다. 그는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행운의 셔츠가 이제 불행의 셔츠가 된 것인가...?' 뉴스와 신문에서는 '플랜트 산업의 역사적인 호황'이라는 기사가 연일 보도 되고 있었지만 잭은 계속 멍하니 자신의 찢어진 셔츠만 바라볼 뿐이었다.
목차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Texas sharpshooter fallacy) 란?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Texas sharpshooterfallacy)'란 혼자 총을 쏘며 연습하던 텍사스 총잡이가 자신의 총알이 가장 많이 박혀있는 곳에 과녁을 그리고 스스로 명사수라 칭했다는 우화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입니다.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는 이처럼 자신만이 가진 데이터나 우연의 결과를 가지고 특정한 패턴에 맞추어 유리하게 해석하고 이용하려는 태도를 말합니다.
위 사례에서 잭이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던 이유는 사실 플랜트 산업의 호황이 주된 이유였지만, 평소 영업력이 좋지 않아 자신의 실력조차 믿지 않았던 잭은 찢어진 셔츠가 엄청난 행운을 불러왔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로 볼 수 있으며 이처럼 전체 데이터가 아닌 우연일지도 모르는 일부 데이터에 의존한다면 쉽게 이 오류에 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Texas sharpshooter fallacy)가 발생하는 원인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는 자신의 기존 믿음을 근거로 하는 특정 데이터나 패턴을 집중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이 믿음과 모순되는 다른 데이터나 패턴들을 무시할 때 주로 발생하는 일종의 논리적 오류입니다. 이 오류는 아래와 같은 다른 여러 심리학적 요인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1.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이나 가치에 반하는 증거에 마주쳤을 때, 불편함을 느끼거나 불안해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인지 부조화'라고 합니다. 이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기존의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고 불편한 정보들을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 같은 인지 편향은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의 출발점에 있습니다.
2.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사람들은 한 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믿음에 대해 잘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확증 편향'이라고 합니다. 확증 편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는 보다 적극적으로 취하고 불리한 증거는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에도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3.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사람들은 어떠한 판단이나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우리는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집중함에 따라 접근이 어렵거나 해석하기 어려운 정보는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또한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4.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앵커링 효과'란 어떠한 판단을 내릴 때 처음 접하는 정보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 경우 처음 접하는 특정 데이터나 신념을 향후 모든 판단의 기준점으로 삼게 되므로 이와 어긋나거나 모순된 신념이나 데이터는 무시하게 되고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에 빠지기 쉬운 상태로 만듭니다.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Texas sharpshooter fallacy)를 극복하는 방법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보다 열린 마음으로 데이터에 접근하고 쉽게 사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이 오류에서 벗어나 보십시오.
1. 성급한 일반화 피하기
우리가 처음 접하거나 쉽게 접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쉽게 성급한 결론을 내리면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성급한 일반화를 피하기 위해서는 수집된 정보와 증거를 검증하고 충분히 확인될 때까지 결정을 미루십시오. 잘못된 판단으로 굳어진 신념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결정은 항상 신중해야 합니다.
2. 모순된 정보 찾기
우리가 어떠한 정보를 처음 접하고 신뢰하기 전에 이 정보나 증거가 모순된 점은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 정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모순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대치되는 여러 정보들을 비교하며 분석하는 과정 속에 올바른 판단으로 점점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3. 우연한 행운을 의심할 것
우리는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 행운은 지속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연히 발생한 행운이라면 여기서 무엇인가의 패턴을 찾거나 일반화 시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가 행운으로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우연히 행운이 찾아왔다면 가장 먼저 이유를 찾아보고 이 행운을 개인의 노력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여 보십시오.
4. 통계적 데이터의 활용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의 데이터에 대한 그릇된 해석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데이터에 대한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해석을 피하기 위해서는 통계적 개념으로 접근하여 객관성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십시오. 다만 통계적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표본의 크기나 대상이 충분한지 기간의 설정이 적절한지 등 근거가 되는 지표들을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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