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스터는 카메라 수집과 사진촬영이 취미다. 어릴 적 아버지가 물려준 PENTAX 카메라 덕분에 흥미가 생겨 서른 살이 넘은 지금까지 취미를 이어오고 있다. 덱스터는 주말이 되면 카메라와 장비를 챙겨 정처 없이 떠나는 것이 좋았다. 계획 없이 떠난 그의 발길이 닿는 곳에는 항상 상상할 수 없었던 진귀한 풍경들과 훌륭한 피사체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취미생활을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덱스터의 영감을 고무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덱스터는 주말 사진여행에서 돌아오면 항상 자신의 SNS에 업로드시켰고 그의 팔로워도 어느새 1만 명을 향해가고 있었다. 딱 거기까지가 좋았는데... 무심코 열어본 SNS계정의 DM이 덱스터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발신 : ASTOP STUDIO
수신 : DEXTER
내용 : 안녕하세요 덱스터님. 애즈탑 스튜디오입니다. 저희는 새롭게 함께 할 사진작가님을 구인 중에 있습니다. 오랫동안 당신의 작품을 보아왔고 저희가 진행하는 촬영의 취지와 콘셉트에 가장 적합한 분이라 생각되어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DM을 보냅니다. 귀하의 작품은 충분히 보아왔기 때문에 별도의 포트폴리오 제출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의사가 있으실 경우 회신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사실 믿기지 않았다. 애즈탑 스튜디오는 국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업체 중에 하나였고 한때 이곳에 취업하길 원했던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덱스터는 일말의 고민 없이 인터뷰에 응하였고 애즈탑 스튜디오소속 사진작가로 일하게 되었다. 보수는 상당했지만 오히려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애즈탑 스튜디오의 보수체계는 특히 인센티브 비중이 컸는데, 회사에서 원하는 콘셉트에 가까운 사진을 찍을수록 인센티브가 커지는 구조였다. 덱스터는 신기했다. 통장잔고가 불어나는 것을 보니 더욱 욕심이 생겼고, 덱스터는 점점 회사의 입맛에 맞는 사진작가로 변해갔다. 하지만 회사는 덱스터에게 점점 더 까다로운 주문을 하였고 덱스터는 점점 자신의 창의력에 한계가 오는 것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사진이 회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만 고민하게 되었다. 점점 어떤 사진을 찍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출사를 가는 날 보다 책상머리에서 고민하는 날이 더 많아졌다. 업무스트레스가 커질수록 사진에 대한 흥미도 떨어져 갔다. 주말마다 떠나던 사진여행도 수많은 팬들이 찾아주었던 덱스터의 SNS 계정도 점점 세피아 색으로 물들어 갔다.
목차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란?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란 어떠한 외부 보상이 주어지면 내적 동기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스스로 즐기거나 좋아해서 하는 일에 대해 자신이 어떠한 보상을 위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에 대한 흥미나 능률이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사람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 욕구는 주로 내적동기에서 발생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아한다던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다던지 이러한 취미생활은 대부분 스스로 하고자 하는 내적동기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적동기에 의한 행동에 보상이 주어지게 되면 이 행동의 원인을 보상으로 정당화시키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과한 정당화가 진행되면 내적동기가 약화되면서 흥미를 잃게 됩니다. 우리는 이 과정과 결과를 '과잉정당화 효과' 또는 '과다합리화 효과'라고 합니다.
위 사례에서 덱스터가 사진을 취미로 하였을 때는 삶에 큰 즐거움을 주는 요소였지만, 이것이 직업이 되고 일이 되었을 때는 오히려 흥미가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이 같은 '과잉정당화 효과' 때문입니다. 실제 1973년 미국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과잉정당화 효과'에 대해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실험을 위해 먼저 아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그림을 그리도록 하였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그림을 그리기 전에 외적보상을 주겠다고 하였고 두 번째 그룹은 그림을 잘 그릴 경우 외적보상을 주겠다고 하였고 세 번째 그룹은 외적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외적보상을 받은 첫 번째 그룹부터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실제 실험에서도 증명되었듯 외적동기는 오히려 흥미와 능률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의 사회적 시사점
'과잉정당화 효과'는 동기부여의 측면에서 외적동기와 내적동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치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게 합니다. 가정에서 또는 회사에서 이 이론이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교육 및 육아
'과잉정당화 효과'는 교육적인 측면에서 부모를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자녀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하기 위해 부모는 "이번 시험에서 5등 안에 들면 사고 싶어 하던 장난감을 사줄게"라는 방식의 보상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자녀는 학습 그 자체보다는 장난감에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시험 성적이 잘 나왔더라도 학습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 시험을 위한 암기 위주의 학습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10~15년 이상 영어공부에 매진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었을 때 유학을 다녀온 아이를 제외하고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아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는 외부의 보상 또는 처벌에 의한 방식의 주입식 교육이 주는 단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자녀들이 내적동기로 공부를 시작한다면 학습능률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학습에 대한 이해와 성취도 또한 더욱 높아지는 시너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기업의 보상체계
'프로젝트 성공의 보상으로 현금 인센티브를 줄 것인가 말 것 인가?' 기업의 리더와 경영진은 이같은 점에서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과잉정당화 효과'에서 보면 직원들의 외부보상이 오히려 직원의 능률을 떨어뜨립니다.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직원들의 능률은 능률대로 떨어뜨린다면 리더 입장에서는 최악의 선택일 것입니다. 리더는 직원들의 외적동기와 내적동기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적정한 배분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직원들의 내적동기를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성공에 따른 성취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외적동기 강화를 위해서는 이에 따른 적절한 금전적 보상도 뛰따라야 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최근 생겨난 '금융치료'라는 신조어는 사람들이 내적동기보다 외적동기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업의 리더와 경영진은 외적동기와 내적동기의 적절한 배분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에 대한 고민을 늦추지 않아야 합니다.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의 영향을 완화하기
'과잉정당화 효과'는 내적동기가 아주 강할 때 그 영향을 덜 받거나 때로는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 또는 그룹의 구성원들은 다음과 같은 내적동기 강화를 통해 '과잉정당화 효과'의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1. 목적 의식의 강화
사람의 자신의 일이나 활동에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때 더 큰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에 대한 목적을 인식하게 되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과정이 수반되므로 외부동기의 자극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습니다.
2. 내적 보상의 인지
내적동기가 최초 발현되는 시점은 보통 어떠한 일이나 활동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시점입니다. 이 활동을 통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이 활동을 통해 스스로 어떠한 내적 보상을 얻을 수 있는지를 인지하십시오. 반드시 물질적이거나 외부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행복과 건강, 관계개선 등과 같은 개인적으로 얻을 수 있는 내재적인 보상도 가치가 있음을 인지할 수록 내적동기는 강화될 수 있습니다.
3.외적보상의 제공에 대한 적절성 평가
외적보상을 제공하려는 대상이 이미 강한 내적동기가 형성되어 있을 확률도 있습니다. 이 같은 경우 외적보상은 내적동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외적보상의 제공은 피하고 일과 활동의 내재적 가치에 대한 즐거움을 인식할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마십시오.
4. 자율성 강조
사람은 대부분 시켜서 하는 일보다 스스로 하는 일을 더 좋아합니다. 개인에게 일에 대한 선택권과 자율성을 부여하고 책임과 같은 행동에 대한 통제력도 함께 허용함으로써 내적동기를 더욱 강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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