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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로 보는 생활 속 심리학 】

[접촉 가설] 회식은 과연 조직 관리에 도움이 될까?

by Derokey 2023. 3. 27.

소주잔을 건배하는 두사람

 

선풍기 제조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홍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았다. 모바일 기기와 블루투스 연결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선풍기 제품들이 연일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시장이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기가 매우 벅찼다. 회사는 30년이 넘는 업력을 자랑하며 중견기업 못지않은 규모까지 성장했지만, 홍대표는 지금이 가장 위태로운 시기임을 직감했다. 홍대표가 느끼기엔 에어컨이 대중화되면서 선풍기 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던 그때도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위기를 느낀 순간은 디자인팀과 엔지니어팀의 심한 갈등으로 제품의 출시와 생산에 차질을 빚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시장속도에 맞춰 급하게 제품을 출시하려다 보니 디자인 팀과 엔지니어 팀의 갈등이 어느 때보다 더 심해졌던 것이다. 엔지니어팀이 신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테스트와 시행착오를 수십 번 겪어야 했고 그렇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디자인 팀은 좀 더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예전에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계속해서 내놓았고 때로는 구현이 거의 불가능한 형태의 디자인을 의뢰하기도 했다. 두 팀 간의 갈등이 심화될수록 신제품의 출시는 점점 지체되어만 갔다.

 


홍대표는 더 이상은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 팀간의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처음에는 홍대표가 직접 참석하여 모두를 격려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고 그 이후는 각 팀장들에게 법인카드를 주면서 일주일에 1회씩은 회식을 하도록 권장했다. 이 같은 홍대표의 전략이 도움이 되었던 것일까? 예전과 다르게 회사에서 웃음소리도 종종 들리기 시작했고 두 팀은 확실히 예전보타 친밀감을 형성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잠시 경찰서로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디자인 팀장 박 부장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 건 두 팀의 회식이 있었던 어느 날 늦은 저녁이었다. 경찰서에 방문한 홍대표는 경찰서를 방문해서야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인즉슨 양측 두 팀원이 식당에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주먹다짐을 하며 싸웠고 급기야 다른 손님들의 신고로 경찰서까지 이송되어 왔다는 것이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자리에 있었어야 했는데 급한일로 오늘 팀 회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박 부장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두 팀원은 각각의 조서를 쓰고 경찰서는 나왔고 별 문제없이 업무로 복귀하긴 했지만 그 이후 두 팀은 서로 소통을 거부했다.

'두 팀의 갈등을 해소해보고자 마련해 준 자리인데 내가 오히려 갈등을 더 키워버린 꼴이 되었구나...'

홍대표의 머릿 속은 점점 복잡해져 왔다.

 

목차

 

    접촉 가설(Contact hypothesis)이란?

    '접촉 가설(Contact hypothesis)'이란 집단 간의 접촉을 통해 집단 간의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사회심리학 이론입니다. '접촉 가설'은 1954년 미국의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 저서 '편견의 심리(The Nature of Prejudice)'를 통해 집단 간 접촉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면서 시작된 이론입니다.

     

     

    우리는 위 홍대표의 사례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분명 홍대표는 접촉 가설의 이론에 따라 두 팀을 접촉시켜 갈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했는데 왜 이전보다 갈등이 더 심해졌을까...?"  한 가지 유추해 보면 '접촉 가설'이 특정조건이 성립되는 경우에만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는 집단 간의 접촉이 『동등한 지위 간의 접촉』, 『협력적 상호의존관계』, 『제도적 지원』 등이 뒷받침되어야 집단 간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접촉 가설(Contact hypothesis)의 효과를 위한 전제조건 

    홍대표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접촉 가설'은 단순접촉을 유도하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고 추가적인 장치들이 필요합니다. 효율적인 조직관리를 해야 하는 리더의 입장에서 '접촉 가설'의 이점을 효과적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1. 동등한 지위간의 접촉유도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등한 지위의 그룹의 접촉이 편견을 줄이고 그룹 간 관계를 개선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그룹 간의 접촉을 유도할 경우 동등한 지위를 가진 특정집단들을 먼저 구성한 후 시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법일 것입니다. 만약 조직의 특성상 동등한 지위의 특정집단의 그루핑이 어렵거나 불가능할 경우 기존의 그룹끼리 접촉을 유도하되 그룹 간에 접촉을 하는 순간만큼은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룹 간의 접촉 시 개인의 직급으로 부르지 않고 각자의 영어이름을 짓도록 하고 서로 이름을 부르게 한다든지, 부장을 사원으로 사원을 부장으로 서로 역할을 바꿔본다든지 이런 시도들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2. 공동의 목표설정

    서로 다른 그룹이 서로 동질감을 갖기 위해서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질 경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소통와 협력의 관계로 발전하기 한결 수월합니다. 이는 서로가 경쟁해야 할 라이벌이 아닌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인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회사의 체육대회에서 서로 다른 팀들을 묶어서 축구나 야구 등의 협력적인 스포츠 경기를 하는 것은 이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함입니다.

    3. 협력적 상호의존 관계의 지속

    '접촉 가설'의 효과를 보다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접촉한 그룹들이 서로 협력적 상호의존 관계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최초 접촉 이후 별 다른 교류가 없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리더는 서로 다른 집단이 서로 협력해야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음을 강조하고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로 유도해야 합니다. 홍대표의 사례에서 보면 디자인 팀은 엔지니어 팀이 없으면 실제로 제품을 구현할 수 없을 인지해야 하고 엔지니어 팀은 디자인 팀이 없으면 제품을 만들기 위한 설계조차 시작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우리 팀이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지', 또는 '이번 성과는 우리 팀이 다 해낸 거나 마찬가지야'라는 식의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따라서 리더는 전체의 성과를 보다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며, 여러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각 그룹과 구성원으로 하여금 스스로 상호의존관계를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해야 합니다.

    4. 제도적 지원

    그룹 간의 접촉은 어떠한 특별한 동기 없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 접촉이 각 그룹 내 개인의 시간이나 금전적인 손실이 극명해 보인다면 더욱 어려워 질 것입니다. 따라서 조직의 리더 입장에서 그룹 간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 이를 보다 쉽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사례에서 홍대표가 두 팀의 회식을 위해 법인카드를 지원한 것도 이러한 측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접촉 가설(Contact hypothesis)의 다방면의 활용

    '접촉 가설'은 위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집단과 집단의 접촉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편견을 줄이고 관계를 개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특정한 조건과 환경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아래 같은 방법으로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다문화 교류 프로그램

    우리나라도 국제결혼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많은 다문화 가정이 정착하여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과의 편견과 사회적인 차별적 의식을 줄여가는데 '접촉가설'을 활용한 이러한 프로그램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직장 내 동호회 활성화

    직장 내 동호회를 활성화 하기 위해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서로 다른 그룹 간의 자율적인 접촉이 이루어기에 보다 쉬운 환경이 될 것입니다.

    3. 지역단위 합동 축제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특정지역 간의 지역감정이 다수 남아있습니다. 지역단위의 합동 축제는 지역간의 불신과 편견을 줄이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의 이점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제도 X 완도 크루즈 축제'와 같은 관광상품은 새로운 뱃길노선 만들어 서로 다른 지역단위로의 교류를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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