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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로 보는 생활 속 심리학 】

[잘못된 합의 효과] 세상의 중심이 '나'라는 위험한 생각

by Derokey 2023. 3. 28.

산행 중인 사람들

 

박 대리는 이제 주말이 두렵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더 일찍 새벽같이 일어나서 주섬주섬 등산장비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등산 싫어한다고 할걸... 아니 차라리 무릎관절이 안 좋다고 에둘러 말할 걸...'

한 달 전 오 부장이 함께 했던 회식 자리가 이런 불행을 가져다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연히 팀원들이 서로 자신의 취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고 딱히 취미가 없었던 박대리는 별생각 없이 걷는 게 취미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하필 그 순간을 오 부장이 치고 들어올 줄이야...

 


"박 대리! 걷는 거 좋아하면 등산도 좋아하겠구먼? 내가 자주 가는 산이 있는데 혼자 가면 영 심심해서 말이야. 산이 낮아서 살짝 걷는 수준 밖에 안돼. 등산이야 말로 건강 관리에 최고지! 젊을 때일수록 등산을 해두어야 해. 이번 주 토요일 나랑 같이 등산 한번 어떤가?"

오 부장이 신이 나서 한참을 떠들었다. 박대리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기가 힘들어서 "네 시간 되면 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급히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박 대리 난데, 내일 등산 가려면 일찍 출발해야 해. 아침 6시 서울역 앞에서 보자고!"

그 주 금요일 저녁 마치 그날의 약속이 확정된 것처럼 당연한 듯 오 부장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박 대리는 전화로 거절하기엔 오 부장이 너무 들떠 있기도 했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오 부장과 함께 등산을 가기로 했다. 

'한 번 갔다 오면 그래도 그 뒤로 가자고는 안 하겠지... 그래 딱 한 번만 다녀오자.'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등산을 다녀온 뒤 오 부장은 회사에 자랑하듯 떠들고 다녔고 이 참에 사내동호회 한번 만들어 보자며 다른 직원들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오 부장은 급기야 박 대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박 대리를 산악동호회의 총무로 임명하였다.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까닭에 오늘도 박 대리는 프로메테우스가 되어 산을 오르고 있다.

 

목차

 

    잘못된 합의 효과(False consensus effect)란?

    '잘못된 합의 효과(False consensus effect)'란 자신의 의견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 가치로 간주하고 남들도 내 의견과 같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오류'로 정의되며 '허위 합의 효과'라고도 합니다. 즉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상대방도 당연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동의할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이에 대해 심리학가 리로스는 1977년 학생들에게 "샌드위치는 조스에서!"라고 쓰인 큰 간판을 앞뒤로 걸치고 30분간 교정을 돌아다닐 수 있는지 묻는 '샌드위치 광고판 실험'을 했습니다. 리로스는 간판을 걸치고 돌아다닐 수 있다고 답한 학생들과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답한 학생으로 나누고 각각의 그룹에 자신의 수락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제안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수락할 것인지 예측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결과 광고판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것을 수락한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도 60% 정도는 수락할 것이라고 답하였고, 하지 않겠다고 답한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의 25% 정도는 수락할 것이라고 답하였습니다. 이것은 실험의 수락여부와 관계없이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도 일정 부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고 여겼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위 사례에서 오 부장은 자신이 등산을 좋아하기 때문에 단순히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박 대리도 당연히 등산을 좋아하고 자신의 요구를 수락할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단순히 '잘못된 합의효과'의 일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권위를 가진 위치에서 발생할 확률이 좀 더 높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잘못된 합의 효과(False consensus effect)의 발생 원인

    '잘못된 합의 효과'는 타인이 자신의 신념이나 의견, 태도 등을 수용하는 정도를 과대평가하는 일종의 인지 편향입니다. 이 현상이 주로 발생하는 원인은 아래의 몇 가지 요인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자기 고양 편향(Self-enhancement bias)

    '자기 고양 편향'이란 자신과 자신의 믿음을 스스로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입니다. 이 편향은 타인이 자신의 믿음을 긍정적으로 볼 것이라 가정하기 때문에 '잘못된 합의 효과'로 이어지기 쉬운 상태로 만듭니다.

    2. 인지적 지름길(Cognitive shortcuts)

    '인지적 지름길'은 '잘못된 합의 효과'의 오류를 범하는 사람의 상대방에게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충분한 판단의 시간을 갖지 않고 쉽게 정신적 지름길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 경우 실제로는 완전히 동의하지 않지만 상대방의 의견의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따지기는 것은 원치 않게 됨에 따라 상대방은 자신의 의견의 수용정도를 더욱 과대평가할 수 있습니다.

    3. 휴리스틱(Heuristic)

    '휴리스틱'은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어림짐작 기술을 말합니다. 휴리스틱 또한 인지적 지름길과 마찬가지로 정신적 지름길의 일종이기 때문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의견의 수용정도를 과대평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4. 특정 신념과 관점의 지속노출

    사람은 어떠한 제한된 범위의 특정한 신념과 관점에만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그것에 순응하기 시작하면서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심화될 경우 비슷한 신념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거나 그룹을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의 노출이 점점 더 제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부 이익집단이나 종교단체 등에서 이런 현상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잘못된 합의 효과(False consensus effect)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잘못된 합의 효과'는 개인의 행동은 물론 집단 역학적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해 극복해야 할 대상 중 하나입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 현상을 극복하는 것은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개개인의 작은 변화가 보다 포용적인 사회로 변화하는 첫걸음 일 것입니다. 우리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방법을 통해 '잘못된 합의 효과'를 극복해 갈 수 있습니다.

     

     

    1. 다양한 관점의 수용

    때로는 자신의 가진 의견에 대한 확신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재고해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의사결정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잘못된 의사결정에 따른 기회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입니다.

    2. 의견에 대한 근거 제시하기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상대방을 설득하고자 할 때, 의견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와 데이터를 제시하십시오. 이 근거들은 당신의 의견을 더욱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3. 변화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

    굳어진 신념은 '잘못된 합의 효과'가 발생하기 보다 쉬운 환경을 만듭니다. 변화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과 신념의 변화를 용이하게 하며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4. 자기 모니터링(Self- monitoring)

    '자기 모니터링'은 자신의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스스로 파악하고 조정해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끊임없는 자기 모니터링을 통해 상대방의 반응을 보다 주의 깊게 살필 수 있고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잘못된 합의 효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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