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사례로 보는 생활 속 심리학 】

[사회적 나태] 조별과제가 비효율적인 이유

by Derokey 2023. 3. 20.

통나무로 훈련 중인 군인들

 

조나단은 군 입대 후 첫 훈련에 대한 긴장과 설렘으로 밤잠을 설쳤다. 조나단은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기에 그런 모습을 동경하였고 자신도 군인이 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군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아침 기상 후 소집 명령이 내려지자마자 수백 명의 병사들이 우르르 훈련장으로 모여들었다.

 


"오늘은 첫 날인 만큼 기초체력훈련을 진행하겠다. 첫 번째 미션으로 통나무 옮기기를 할 것이다. 가장 마지막에 목적지에 도착하거나 대열이 흐트러지는 두 팀은 벌칙으로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출발할 것이다. 10명씩 팀을 만들어서 통나무 앞으로 집결하도록!"

조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준비를 마쳤고, 출발 신호에 맞춰서 각 팀들은 고함소리와 함께 일제히 통나무를 들고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조나단 또한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서 통나무를 들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온 힘을 쏟아서 앞으로 움직이려 했으나 마치 혼자서 들어올 린 것처럼 무거웠고 통나무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으로 들어온 조나단 팀은 벌칙으로 다시 처음 위치로 돌아가야 했다. 두 번째로 출발했을 때 역시 움직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벌칙은 반복되었다.

'정말 이상해. 우리 팀의 통나무가 딱히 다른 팀의 통나무보다 두껍거나 무겁지는 않아보이는데...'

조나단은 원인을 찾기 위해 다섯 번의 벌칙이 진행되는 동안 함께 통나무를 들고 있는 팀원들을 한번씩 쳐다보았다. 조나단은 맨 가장자리 부분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팀원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조나단은 통나무의 가운데 부근에 있는 팀원들의 손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제야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가운데쯤 위치한 3명의 팀원들의 손이 통나무를 받치고 있는 게 아니라 닿기만 한 수준이었다. 심지어 한 사람의 손은 거의 허공에 떠있는 듯했다. 조나단은 이 현상을 조교가 빨리 알아채주길 바랐지만 조교는 무려 3번의 벌칙을 더 받고 난 후에야 이를 알아채고 3명을 열외 시켰다. 조나단을 포함한 남은 7명은 간격을 넓혀서 무게배분을 다시 하고 난 이후에야 간신히 꼴지를 면하고 벌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비로소 목적지에 도착한 남은 팀원들은 헐떡이는 숨소리와 함께 팀을 방해한 3명의 팀원들에 대한 원성으로 크고 작은 불만을 토해냈다. 하지만 조나단은 남은 팀원들의 거친 호흡소리와 원성은 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왜 그랬는가에 대한 의문만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 뿐이었다.

 

목차

 

    사회적 나태(Social Loafing) 란?

    우리는 종종 단체생활을 통해 협동에서 오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경험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반드시 필연적이지 않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협력하는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너지가 비례하여 더 커져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우리는 그 반대의 상황도 경험하게 됩니다. 이처럼 한 집단이 공통된 과제를 수행할 때 1인당 결과에 대한 공헌도는 오히려 감소하게 되는데, 이 같은 현상을 사회 심리학적으로 '사회적 나태'라고 합니다.

     

     

    이것은 팀의 구성원이 증가할수록 개인의 구성원이 차지하는 역할이나 비중이 작아지게 되고, 개인의 공헌 및 책임이 결과물의 성과와 관련 없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성원이 많을수록 결과에 대한 책임은 구성원 모두에게 균등배분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사회적 나태(Social Loafing)가 발생하는 원인

    '사회적 나태'는 집단의 특성이나 기타 여러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개인의 동기를 저하시키고 전체의 성과를 저하시킵니다. 이 원인들은 집단의 크기가 클수록 더욱 발생강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1. 구성원의 노력과 관계없이 결과가 예상된 환경

    집단 및 조직에서는 개인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예상된 결과가 크게 바뀌지 않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Key man'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환경 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 경우 결과물은 대부분 'Key man'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고 성공 시에도 성과에 대한 보상 또한 대부분 'Key man'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다른 구성원들은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다른 경우는 노력의 유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 일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수년간 꾸준히 일정한 양의 제품을 주문하는 거래처가 있다고 하면 개인의 노력으로 평균적인 수주량을 상회하는 결과치를 만들어 내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와 같은 노력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구성원의 적절한 평가와 보상이 없는 환경

    바다 위에 노를 저어서 움직이는 커다란 함선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선원들은 선장의 구호에 맞춰 열심히 노를 젓지만 선장은 누가 더 노를 세게 젓는지, 누구 때문에 배가 더 앞으로 나아가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이처럼 구성원을 적절히 평가할 수 없고, 그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환경에서는 자신만 노력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집단 전체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구성원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환경

    한 가지의 과업을 수행 중인 집단의 규모가 크기가 클 경우, 결과에 대한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에 구성원 개개인은 익명성을 보장받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개인의 성과도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도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집단의 손해를 감수하고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나태(Social Loafing)를 극복하는 방법

    '사회적 나태'의 극복은 구성원의 입장이 아닌 조직의 리더 입장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이는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울뿐더러 구성원이 스스로 체감하고 적극적으로 고쳐나갈 확률은 거의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나태'는 구성원 보다 조직 전체의 성장과 발전의 저해요소로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조직의 리더는 '사회적 나태'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업무환경 및 인사평가 제도 등을 끊임없이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조직의 리더는 '사회적 나태' 현상의 극복을 위해 아래와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 개인성과 평가기준 마련

    '사회적 나태'는 주로 팀 이상이 단위에서 과업 진행 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팀 과제를 진행하더라도 개개인의 성과에 대한 평가기준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가기준 또한 블라인드 평가와 같은 공정한 기준이 뒷 받침 되어야 합니다.

    2. 성과보상 체계 마련

    개인성과에 대한 평가기준이 세워졌다면 이를 토대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정한 평가와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은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좋은 자극이 될 것입니다.

    3. 조직 단위의 소형화

    지나치게 구성원이 많이 소속된 팀이나 조직단위가 있다면 이를 좀 더 세분화하여 조금 더 작은 단위로 분할합니다. '사회적 나태'는 구성원이 많을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고, 구성원이 많은 팀의 관리자는 구성원을 세세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평가할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팀의 단위가 작을수록 구성원은 자신이 중요한 과업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는데 도움이 되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 보다 높은 기대치를 가지게 됩니다. 이는 금전적 보상처럼 직접적이진 않지만 업무적 동기부여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동반할 것입니다.

     

    맺음말 : 조별과제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들

    '사회적 나태'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사회적 현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온라인 커뮤니티와 코미디 프로그램 풍자를 통해 '대학교 조별과제'가 이슈가 되면서 '지나치게 개인적인 요즘 대학생들' 또는 '이기적인 요즘 대학생들'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별과제 문제는 비단 대학생들 만이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집단이나 조직을 가도 결국 하는 사람 따로 있고 안 하는 사람 따로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상위 20%가 전체 생산의 80%를 해낸다는 '파레토의 법칙'에 적용시켜 보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보상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여전히 당하는 사람은 억울한 마음임은 틀림없습니다. 단순히 ' 그 억울한 사람이 나만 아니면 돼' 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대학교 조별과제가 불러일으킨, 그리고 앞으로도 불러일으킬 나비효과에 대해 주목해야 합니다. 집단 단위의 과업에서 느낀 사람에 대한 배신과 불신은 결국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간관계에서의 신뢰를 악화시키고 극단적 개인주의를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사회적 나태'는 사회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고, 재능을 가진 진취적인 대학생들에겐 조별과제도 여전히 비효율적 이겠지만 '억울한 사람이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보다 '나태한 사람이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생각이 보다 능동적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facebook twitter band naver kakaoTalk shareLink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