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은 오늘이 바로 싱어송라이터로서 모든 사람들에 인정받는 날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드디어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인디밴드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하였지만 멤버들은 결국 제인을 떠나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제인은 그들이 행운을 저버린 것이라 비난했다. 스스로 오디션을 통해 증명해 보이리라 결심한 것이다. 제인은 떨리는 마음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무대 위로 올랐다. 무대에 올랐을 때 관객의 호응은 대단했다. 마치 벌써 유명가수가 된 것만 같았다. 전주가 시작되었고 제인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 순간 만은 오롯이 자신을 위해 집중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노래는 시작되었고 제인의 놀라운 집중력은 반주와 자신의 목소리를 제외한 모든 불필요한 소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마지막 소절을 이 끝나갈 즈음 비로소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무대 밖의 소리들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내 노래가 끝나면 사람들은 더욱 더 열광하겠지. 이제 나도 스타가 될 수 있을 거야...'
그 짧은 찰나에도 행복의 미래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그 사이 후주가 끝나면서 무대의 조명이 켜졌다. 제인은 기대에 찬 눈으로 감았던 눈꺼풀을 서서히 위로 올렸다. 예상 했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대신 관중들의 웅성이는 소리가 제일 먼저 제인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갑자기 켜진 조명 탓에 눈부심으로 깜깜했던 시야는 안개 걷히듯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꽤나 심각해 보였고, 심기 불편한 표정의 관중들의 시선은 뾰족한 바늘이 되어 온 몸에 박히는 듯 했다.
'노래는 정말 완벽했어. 다른 무언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어. 음향장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무대장치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제인은 이 상황을 자신의 노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으려 하였지만, 심사위원의 혹평은 그녀의 착각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제인은 지금까지 출연했던 모든 출연자를 통틀어 최하 점수를 받게 되었다. 심지어 한 심사위원은 음정, 박자, 음악성 등 어떤 부분에서도 점수를 매길 수도 없을 지경이라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렇게 제인은 커다란 망신을 뒤로한 채 도망치듯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제인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단지 그들의 취향과 자신의 취향이 다를 뿐이라고만 생각했고, 여전히 자신의 가창력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목차
더닝-크루거 효과 (Dunning-Kruger effect) 란?
'더닝-크루거 효과 (Dunning-Kruger effect)'는 코넬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대학원생인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가 코넬 대학교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도출한 심리학 이론이다. 이 심리학 이론의 요지는 '적은 경험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평균이상으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고, 많은 경험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더닝-크루거 효과에서 전자의 경우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잘못된 결과에 도달하지만 이보다 큰 문제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위 사례를 보면 제인은 자신의 노래실력을 과대평가하면서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정작 자신의 가창력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신에 따른 실수로 한번 실추된 평판과 명예는 돌이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닝-크루거 효과에 기여하는 요소들
더닝-크루거 효과가 발생하는 원인에는 여러 복합적인 심리학적 요소들이 반영될 수 있으나 주요한 원인들로는 아래의 요소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무지 (Ignorance)
더닝-크루거 효과에 빠지는 가장 주된 원인은 '무지'입니다. 사람은 짧은 경험과 지식으로도 그것에 대해 실제로 잘 모르면서 잘 아는 듯 자신을 과대포장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조자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2. 지나친 자신감(Overconfidence)
사람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 흥분하여 얕은 경험 만으로도 지난 친 자신감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이 과한 자신감은 곧 더닝-크루거 효과의 함정에 곧 잘 빠지게 만듭니다.
3. 우월감 환상(Illusory superiority)
우월감 환상은 '자신이 타인보다 특별하다고 믿는 현상'으로 더닝-크루거 효과와 일맥상통하는 이론입니다.
4. 메타인지(Metacognition)의 부족
메타인지란 '자신의 생각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메타인지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사고력과 판단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더닝-크루거 효과와 관련한 격언들
더닝-크루거 효과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 문화권과 상관없이 숱한 비난을 받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 소개되는 격언들은 이 심리적 효과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내용들 임을 보여줍니다.
"무지는 지식보다 확신을 더 가지게 한다." - 찰스 다윈 -
"엉터리로 배운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다 더 어리석다." - 벤저민 프랭클린 -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
"단 한 권의 책 밖에 읽은 적이 없는 인간을 경계하라." - 벤저민 디즈레일리 -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 한국 속담 -
"무식하면 용감하다." - 한국 속담 -
"빈 수레가 요란하다." - 한국 속담 -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 노자 도덕경 中 -
"아는 것을 안다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다." - 공자 논어 위정편 中 -
더닝-크루거 효과를 극복하는 5가지 방법
더닝-크루거 효과는 개인에게 대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심한 경우 타인과의 정서적 교류가 어려워지고 대인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스스로를 진단하고 훈련하여 보십시오.
1. 주변 사람들로 부터 피드백 구하기
더닝-크루거 효과의 함정에 빠진 경우 스스로를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개방된 마음으로 주변사람들의 피드백을 구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십시오.
2. 꾸준한 자기반성의 시간 갖기
주변 사람의 피드백을 통해 문제점을 인지하였다면 자기반성과 자기 인식을 통해 자신의 과대평가 영역을 식별하십시오. 이 과정을 매일 꾸준히 반복하고 훈련합니다.
3. 항상 겸손하기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부분이 아는 부분보다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항상 겸손한 자세를 가지십시오. 겸손한 자세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서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며, 모르는 영역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4. 배움을 멈추지 말 것
계속 배우고 학습하지 않는 다면 자신의 능력 또한 더 이상 좋아질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배움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도록 하십시오. 점점 능력의 크기보다 겸손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실수를 인정하기
누구나 실수는 하기 마련입니다. 실수는 곧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실수를 자책하기보다 이를 통해 습득한 경험을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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