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는 오래전부터 가지고 싶은 자동차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열쇠수리공으로 일하던 그의 수중엔 그 자동차를 살만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매일 중고차 단지를 기웃거리며 그 차량이 저렴한 가격에 나오기를 기대했습니다. 신도 그의 정성이 갸륵했는지 머지않아 그의 마음에 쏙 드는 자동차가 드디어 매물로 나왔습니다. 심지어 차량의 가격도 새 차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파격적인 가격이었습니다. 피터는 잔뜩 흥분하여 그날 바로 그 자동차를 구입하게 됩니다. 계약 전 엔진을 자세히 점검해보지 않은 부분이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흥분한 피터에게는 누군가 먼저 사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에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깨끗하고 멀정한 차가 설마 무슨 문제가 있겠어? 이렇게 저렴한 매물을 만난 것도 나의 행운이라고!"
피터는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위안 삼았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터진 것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주행 중 갑자기 시동이 꺼지면서 엔진룸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왔습니다. 급하게 자동차 수리센터를 찾아갔더니 엔진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고, 피터가 운행하는 도중 중요한 부품이 고장 나버렸다고 했습니다. 자동차 엔지니어는 부품교체와 수리비용이 상당히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며 폐차를 권유했지만 피터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저렴하게 구입을 했으니 수리비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걸지도 몰라..."
피터는 또 그렇게 위안을 삼고 차량을 구입한 가격의 절반이나 되는 수리비를 들여서 자동차를 수리하였습니다. 하지만 운이 나빴는지 자동차를 수리한지 또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자동차가 멈추어 버렸습니다. 엔지니어는 지난번 고장의 영향으로 다른 부품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엔진의 주요 부품 모두를 교체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피터는 이미 새 차 가격의 70% 수준의 비용이 들어간 상태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처음 차량을 구입했던 가격만큼을 추가로 지불하고 말았습니다. 자동차 수리를 위해 일부는 빚을 내야만 했습니다. 이 비용은 다 합치면 결국 새 차 가격을 웃도는 가격이었고, 번쩍이는 새 차 대신 자신 앞에 놓인 것은 또 언제 수리를 맡겨야 될지 모르는 허름한 중고차 한 대 와 대출서류 한 장뿐이었습니다.
목차
손실을 더욱 크게 만드는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
일단 어떤 행동을 시작하게 되면 돈과 노력, 시간 등이 투자되었기 때문에 결과와 상관없이 이 행동과정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합니다. 보통 이 경우 현재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이전에 투자한 것이 아까워서 혹은 이를 부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심리현상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합작하여 만든 초음속여객기 '콩코드'의 사례를 빗대어 '콩코드 오류'라고도 합니다. 콩코드는 초음속으로 세상에서 제일 빠른 여객기였지만 많은 연료소모량이 크고 구조적인 문제로 많은 인원이 탑승할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실용성과 경제성이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사업을 지속해 나갔지만 결국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운항을 중단하게 됩니다. 이처럼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지만 더욱 악화되는 상황을 인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당화하면서 지속하려는 관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 오류에 빠지면 처음 문제를 인지했을 때 중단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냉철한 판단력을 필요로 합니다.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지는 사례들
1.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뒤 본전을 찾는다는 욕심에 계속해서 배팅을 하는 경우
2. 많은 투자비용이 들어간 프로젝트 진행 중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계속해서 투자와 자원을 투입하는 경우
3. 실적이 저조한 주식을 보유하며 다시 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계속해서 투자를 멈추지 않는 경우
4. 부동산 매매계약을 하였는데 하락과 침체가 계속될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계약금이 아까워서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경우
5. 다단계 회사에서 더 높은 등급에 오르기 위해 이미 많은 회사 물건을 구입했는데도 불구하고 구매를 멈추지 않는 경우
왜 우리는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질까?
매몰비용의 오류는 더욱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쉽게 이 오류에 빠집니다. 이 원인에는 심리적이거나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 손실 기피(Loss aversion)
사람은 이익에 대한 즐거움보다 손실에 대한 고통을 크게 느낍니다. 따라서 손실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본능적으로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몰비용 자체를 일단 손실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추가적인 손실을 피하기 위해 투자를 계속하게 되는데 이때 추가적인 투자에 대한 손실은 망각하거나 간과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이 오히려 손실을 늘어나게 하는 아이러니한 일련의 과정은 매몰비용의 오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인지 부조화는 '자신의 믿음이나 결정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 이를 인정하기보다는 현실을 왜곡시켜서 자신을 생각을 정당화' 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인지 부조화는 상충하는 태도와 행동 등이 서로 모순되어 양립하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초기의 투자가 실패하였으나 실패한 것처럼 느끼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투자하는 모습은 전형적으로 인지 부조화를 통해 심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매몰비용의 오류에 쉽게 빠지게 됩니다.
3. 경험과 정보의 부족
우리는 '손실 기피'나 '인지부조화'와 같은 심리적인 요인 외에도 개인적이거나 외부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어떠한 일이나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자 할 때,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이 얕은 상태 또는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로 직감에 의존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실패를 마주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우리는 무척 두렵기 때문에 실패를 인정하기보다는 손실 기피가 작용하기 쉬운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매몰비용의 오류를 피하는 방법
매몰비용의 오류는 생각보다 크고 위험한 손실을 우리에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1. 기회비용 고려
매몰비용에 추가 자원을 투입함으로써 또 다른 투자의 기회를 잃게 됨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정했던 추가 투입자원으로 새롭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기대성과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2. 투자의 타당성 재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추가 투자를 실행하기 전에 한번 더 타당성을 재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정하기 쉽지 않겠지만 예상되는 결과치를 조금 더 보수적으로 측정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3. 손실 또는 비용 줄이기
투자의 결과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은 판단이 들지만 그래도 진행해야 한다면 현재 직면한 손실 또는 비용을 줄여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제작 중인 영화가 흥행실패가 예상된다면 광고비용을 줄인다던지 특수효과의 분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손실과 비용을 줄여갈 수 있습니다.
투자에 가장 위험한 네 가지 단어?
"This time it's different (이번엔 다를 거야)" 미국 출신의 영국투자자로 유명한 '존 템플턴' 경의 명언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지만 자신의 믿음과 확신은 맞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투자에 있어서는 자신의 희망이 확신으로 변해가는 오류에 빠지기도 합니다.
'매몰비용의 오류'는 특히 투자의 상황에 있어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이번에 다를 거야"라는 근거 없는 확신은 이 오류의 시발점이 됩니다. 행운이 항상 당신만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큰 손실은 때때로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위험한 오류에 대해 항상 인지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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