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는 최근 자신을 둘러싼 주위의 이상한 흐름을 직감하고 있었다. 뒤에서 동료들이 뒤에서 수군거리며 웃는 듯한 느낌은 예사로운 일이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느낌이 들었다.
올리비아는 회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누구나 부러워 하는 세계적인 광고컨설팅 회사이기도 했지만 올리비아는 상대적으로 학벌도 좋지 않았기에 세 번의 쓴 고배를 마신 후에야 겨우 입사할 수 있었다. 올리비아는 자신이 가진 콤플렉스와 핸디캡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남들이 꺼려하는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의 의뢰도 자진해서 담당하는 것은 물론 밤을 새우는 일도 허다했다.
일도 일이지만 동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동료들 중 엠마와 그레이스는 입사동기로 올리비아와는 가장 절친한 사이였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 올리비아는 그 두 사람과의 교류가 유일한 사교활동 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과는 친자매처럼 가깝게 느껴졌고 속마음까지 모두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와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가진 어머니의 밑에서 힘들게 자라왔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 우유배달과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던 대학시절의 이야기,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주고받다 보니 그들이 올리비아를 자신보다 올리비아를 더 잘 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시작은 회사가 올리비아를 승진대상으로 올린 직후부터였다. 올리비아가 담당했던 클라이언트들의 좋은 평가가 회사 매출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유였다. 우연찮게도 그 시점부터 엠마와 그레이스는 올리비아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올리비아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불운했던 가정사부터 좋지 않은 학벌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회사 고위 간부와 은밀한 관계라는 등의 거짓된 정보까지 돌기 시작 한 것이었다.
올리비아는 자신이 결백했기에 그리고 아무 잘못도 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소문들도 차츰 잦아들 것이고 오해도 곧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엠마와 그레이스는 오히려 이러한 소문들을 부추기는 주역이 되어 보란 듯이 올리비아를 조롱하기 시작했고 다른 동료들도 어느새 하나둘씩 올리비아를 험담하며 함부로 대하기 시작했다. 소문이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는 회사를 포함하여 그 누구도 관심 없었다. 결국 승진은 누락되었고 동료들의 지속된 괴롭힘으로 올리비아는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목차
깨진 유리창 이론 (Broken Windows Theory) 이란?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ty)'는 원래 1982년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가 만든 범죄 심리학 이론으로 '작은 유리창이 깨진 것처럼 작은 잘못도 방치되면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상'을 말합니다.
유리창이 깨져 있는 집이나 건물은 관리주체가 없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 곳의 유리창을 깨거나 부수는 행위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불러오게 됩니다. 따라서 유리창을 깨는 행위에 죄책감을 갖지 않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되어 유리창은 물론 건물 전체가 파손될 수 있는 상황까지 불러올 수 있는 것입니다. 쓰레기 불법투기가 처음 시작 된 곳에 쓰레기 더미가 점점 쌓여 간다던지, 금연구역에서 한두 명의 흡연자들이 흡연이 시작한 경우 점점 많은 흡연자들이 모여들어 바닥에 담배꽁초가 쌓여가는 현상 등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깨진 유리창 이론의 예'입니다.
관계의 관점에서 보는 '깨진 유리창 이론'
'깨진 유리창 이론'은 앞서 알아보았듯이 범죄 심리학에서 출발했지만 범죄뿐만이 아닌 조직, 관계와 같은 일반 사회현상 속에서도 적용되는 이론입니다. 오늘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올리비아의 사례를 통해 관계의 관점에서 보고자 합니다.
이번 사례에서 보면 올리비아에게 직접적인 잘못이 없음은 자명합니다. 하지만 어떤 부분이 올리비아를 이렇게까지 극악의 상황으로 몰고 온 것일까요? 올리비아는 잘못을 하지는 않았지만 두 가지 실수를 범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는 사람을 너무 믿었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엠마와 그레이스가 좋은 사람이라 믿고 자신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개인사에 대해 모두 털어놓고 맙니다. 여기서 처음으로 올리비아의 유리창이 금이 가게 됩니다. 올리비아의 약점이 대부분 노출되면서 약간의 힘만 들이면 언제든 부서질 수 있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두 번째는 올리비아는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시작된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선제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을 타인에 대한 진실을 굳이 알아보려 하지 않고 그대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과정이 이미 진행되었을 경우 처음으로 되돌리기까지는 몇 배의 수고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올리비아는 초기에 엠마와 그레이스에게 책임을 묻거나 회사에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엠마와 그레이스에서 시작된 올리비아의 유리창 흠집 내기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전파되었고 결국 모두가 가담하여 올리비아의 유리창을 완전히 부수게 됩니다.
이처럼 '깨진 유리창 이론'은 조직이나 관계 속에서도 쉽게 적용될 수 있는 이론입니다. 특정 대상에 대해 처음에는 괴롭힐 마음이 없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가담해 가는 모습들은 전형적인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른 집단따돌림 현상을 설명해 줍니다.
깨진 유리창이 되지 않기 (ft.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
나 자신이 깨진 유리창이 되어 버릴 경우 우리는 집단 내에서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겪을 수 있습니다. 집단이 형성되면 '집단지성'과 같은 생산적인 시너지를 내기도 하지만 '우매한 군중', '집단사고'의 예와 같이 판단력이 흐려져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 과정에는 가학적이며 폭력적인 행위가 수반되기도 하기 때문에, 조직 및 단체생활이 불가피한 우리 사회에서는 스스로가 깨진 유리창이 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것 만이 나를 단단하게 막아줄 방패막이되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 있어 아래와 같은 방법을 활용하면 보다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적당히 거리두기
세상에서 관계를 맺고 모든 사람들과 최대한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 마십시오. 적당한 거리가 오히려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상대방이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경계를 확실히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2. 오해에 대해 적극 해명하기
오해가 생겼을 경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적극적으로 해명하십시오. 군중은 주변의 자극적인 뉴스를 좋아하지만 그것의 실제 사실인지 여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해와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향이 있으므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3. 겸손한 자세를 유지할 것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부러움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하기 마련입니다. 나의 능력에 대해 어필하고 홍보하는 것은 좋지만 집 자랑, 돈 자랑, 자식자랑 같이 단순히 시기심만 불러일으킬 물질적 자랑은 최대한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자랑은 상대방에 대한 칭찬으로 대체하고, 최대한 겸손함을 유지하여 상대방의 호감을 잃지 않도록 하십시오.
4. 나만의 '시크릿 가든' 만들기
시크릿 가든은 말 그대로 비밀스러운 공간입니다. 나만의 약점과 민감한 개인적인 이야기는 이곳에 보관해 두고 절대 타인에게 꺼내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나만의 시크릿 가든을 만들기 위해서 이곳에 보관할 나의 주제에 대한 목록화가 우선 되어야 할 것입니다.
'【 사례로 보는 생활 속 심리학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로섬 휴리스틱] 이기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다. (0) | 2023.03.17 |
---|---|
[지식의 저주] 지식의 양과 소통은 정비례 하지 않는다. (0) | 2023.03.16 |
[평균 이하 효과] 나 빼고 다 아는 나의 재능 (0) | 2023.03.14 |
[더닝-크루거 효과] 근거 없는 자신감의 위험성 (0) | 2023.03.13 |
[피그말리온 효과] 잠재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마법 (0) | 2023.03.11 |
댓글